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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VIP 리뷰 (박훈정, 이종석, 장동건)

by 2601영화은씨 2026. 3. 4.

솔직히 저는 2017년 영화 VIP를 극장에서 봤을 때 스토리보다 배우들 얼굴만 보고 간 기억이 납니다. 장동건과 이종석이라는 조합에 끌려서 선택했고, 친구들과 함께 관람 후 돈까스를 썰면서 "역시 잘생긴 건 죄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만 주고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분석해보니, 당시 제가 놓쳤던 박훈정 감독의 세밀한 연출과 북한 소재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적 시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박희순 배우님
박희순 배우님

박훈정 감독의 정치 스릴러 확장과 제작 방식

 

박훈정 감독은 '부당거래'에서 경찰·검찰·조폭의 유착 관계를, '신세계'에서 조직 내부의 권력 게임을 다뤘습니다. VIP는 이 구도를 북한 정치 상황, CIA, 국정원, 경찰, 검찰까지 확장한 다국적 범죄 스릴러입니다. 여기서 '다국적 범죄 스릴러(Transnational Crime Thriller)'란 범죄 사건이 한 국가의 경계를 넘어 여러 국가의 정보기관과 법 집행기관이 얽히는 장르를 의미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촬영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홍콩 신공항이 도심에서 멀어지면서 비행기 내부에서 홍콩 야경을 찍을 수 없게 되자, 제작진은 아시아나 항공 교육장에서 내부 장면을 찍고 태국 야경을 합성했습니다. 실제 홍콩 로케이션은 길이 좁고 건물이 높아 촬영이 어려웠고, 태국에서 대부분의 씬을 촬영한 후 CG로 홍콩 분위기를 재현했습니다. 저는 이런 제작 뒷이야기를 알고 나니, 영화가 단순히 배우 비주얼만으로 승부한 작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배우들의 디테일도 놀랍습니다. 김명민 배우는 담배를 물고 대사를 칠 때 눈이 따가워 콧바람으로 연기를 상대에게 불면서 대사를 치는 스킬을 익혔고, 한 신당 거의 한 갑씩 담배를 피워 촬영 중 토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종석 배우는 잔혹한 장면을 찍으면서 "이 영화 이후 광고를 다시 못 찍을 수도 있다"고 각오했지만, 배우로서 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당시 극장에서 이종석의 사이코 연기를 보며 단순히 "이미지 변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20년간 악역을 해본 적 없던 배우가 감독의 제안을 직접 받아들인 결과였습니다.

 

주요 캐스팅 배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CIA 요원 피터 스토메어: 박훈정 감독 팬이라며 하루 만에 대본을 읽고 출연 결정, 20년 만에 스테이크를 먹은 채식주의자

- 조우진 배우: 박희순·김명민의 서울예대 직속 후배로, 영화 1987에서 하루 종일 울면서 연기하는 모습에 선배들도 감탄

- 유재명 배우: 73년생으로 장동건·김명민보다 어리지만 북한 보위성 요원 연기로 모든 배우가 깍듯이 대할 정도의 몰입도

 

북한 소재와 흥행 실패, 그리고 재평가 가능성

김명민 배우님장동건 배우님
영화 브이아이피

 

우리나라 영화에서 북한 소재는 모 아니면 도입니다. 2017년 기준 국내 영화 관객 수는 약 2억 2천만 명이었지만(출처: 영화진흥위원회), VIP는 약 7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참패했습니다. 여기서 '흥행 참패'란 제작비 대비 손익분기점(BEP, Break-Even Point)을 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극장 수익으로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가 보입니다. 첫째, 과도한 잔혹성입니다. 박훈정 감독은 김광일(이종석)의 악행을 시작부터 강렬하게 보여줬는데, 관객들은 이를 "지나치게 불편하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당시 극장에서 몇몇 장면은 눈을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 둘째, 북한 고위층 자제의 연쇄 살인이라는 소재가 한국 관객에게 낯설고 정치적으로 민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 소재 영화는 휴머니즘(공동경비구역 JSA)이나 액션(강철비 시리즈)으로 풀어야 흥행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VIP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중심에 놓아 정서적 거리감이 컸습니다.

 

셋째, 꽃미남 이종석을 극악무도한 살인마로 캐스팅한 파격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습니다. 감독은 "안경으로 잘생김을 가렸지만 카메라가 얼굴만 잡으면 화장품 광고가 돼버려 가장 안 예쁜 화면을 골라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영화 후 이종석 외모 평가만 하고 스토리는 거의 기억하지 못했는데, 이는 배우의 이미지가 캐릭터를 압도한 케이스라고 봅니다.

 

영화 브이아이피 포스터
영화 브이아이피 포스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평가 가능성도 보입니다. 영화는 1987년 수지 김 간첩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는데, 이는 안기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진실을 은폐한 실제 사건입니다. 박훈정 감독은 이 사건을 북한 고위층 망명자와 CIA, 국정원의 거래로 재구성했고, 권력이 어떻게 진실을 묻는지 냉정하게 보여줬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정치 스릴러는 개봉 당시엔 외면받지만, 몇 년 후 OTT에서 재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2017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그냥 배우들 얼굴 보러 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다시 보니 박훈정 감독이 신세계 이후 더 큰 판을 짜려 했던 야심작이었다는 게 보입니다. 비록 흥행은 실패했지만, 한국형 정치 스릴러의 외연을 넓히려 한 시도 자체는 평가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일반 관객에게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은 영화이고, 잔혹함을 즐기는 마니아층에게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당신이 배우 비주얼만 보고 이 영화를 고민 중이라면, 제 경험처럼 스토리는 기억에 안 남을 수 있으니 각오하고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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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a9XoNouL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