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1편부터 극장에서 쭉 봐왔습니다. 특히 1편과 2편은 정말 시원하게 잘 봤는데, 4편은 솔직히 예상 밖으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천만 영화라고 하면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범죄도시4는 천만을 달성했음에도 전작들에 비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심지어 영화 보는 중에 하품이 나왔고, 평소 영화관에서 절대 화장실을 안 가는 저인데도 이번엔 중간에 갔다 왔습니다. 그만큼 몰입이 안 됐다는 뜻이죠. 범죄도시 시리즈가 어떻게 흥행했는지, 그리고 4편은 왜 이전 편들과 달리 재미가 떨어졌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봤습니다.

마동석의 독보적 캐릭터와 시리즈의 흥행 공식
범죄도시 시리즈의 가장 큰 흥행 요소는 단연 마동석입니다. 178cm의 체격에 전직 헬스 트레이너답게 성인 남성 머리만 한 팔뚝이 주는 압도적인 존재감, 그리고 한 방 한 방 시원하게 날아가는 싸대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을 줬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카타르시스(Catharsis)'란 억눌렸던 감정이 해소되며 느끼는 정서적 만족감을 의미합니다. 범죄도시 1편과 2편이 큰 성공을 거둔 이유는 바로 이 카타르시스를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극악무도한 빌런들이 무고한 시민들을 괴롭히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분노를 쌓고, 마지막에 마석도가 그들을 응징하는 순간 그 분노가 시원하게 해소되는 구조였죠.
특히 1편의 장첸과 2편의 강해상은 정말 잔인하고 악랄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1편에서 어린 왕호를 위협하는 장면이나, 2편에서 강해상이 형사들과 민간인들을 가차 없이 해치는 모습은 관객들의 분노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석도의 주먹 한 방으로 그 분노가 해소되는 순간,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제가 직접 1편과 2편을 극장에서 봤을 때,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만큼 권선징악의 구조가 명확하고, 빌런들의 악행이 확실했기에 마지막 응징이 더욱 시원했던 거죠.
감독 교체와 연출 스타일의 변화
범죄도시 1편은 강윤성 감독의 데뷔작이었습니다. 강윤성 감독은 마동석이 기획한 아이디어를 각본으로 완성하고 연출까지 맡으며 46세에 첫 장편으로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1편의 가장 큰 강점은 인물들의 개성을 잘 살리고, 이들 간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재미있게 설정했다는 점입니다.
마석도와 장첸은 물론이고, 진선규가 맡은 장이수, 전일만 반장 등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특히 장이수는 "하지 마, 강아지" 같은 명대사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중간중간 섞인 유머 코드도 적절했고, 긴장감 있는 롱테이크 액션 연출도 훌륭했습니다.
2편부터는 강윤성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이상용 감독이 바톤을 이어받았습니다. 이상용 감독은 건물 복도, 엘리베이터, 버스 안 등 좁은 공간에서의 격투 신에 집중하며 롱테이크와 빠른 편집으로 시각적 효과를 높였습니다. 특히 강해상의 복도 액션은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을 연상시킬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3편에서는 마동석 액션에 복싱을 접목하며 스타일의 변화를 줬습니다. 강렬한 펀치 장면에 진동 효과를 넣고, 네온 조명과 명암 대비를 높인 화려한 배경을 사용하는 등 존 윅을 연상시키는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시도했죠. 하지만 화면이 너무 어둡고 장면 전환이 빨라 디테일이 살지 못했고, 스토리도 1편에 비해 진부해졌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4편은 무술 감독 출신인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허명행 감독은 정두홍 감독 밑에서 18년간 무술 감독으로 활동하며 신세계, 부산행 등 굵직한 작품들의 액션을 담당했습니다. 범죄도시 1편부터 3편까지도 무술 감독으로 참여했기에, 4편의 액션에 대한 기대감은 컸습니다.
4편의 결정적 약점, 빌런과 카타르시스의 실종
제가 극장에서 범죄도시4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빌런입니다. 일반적으로 액션 영화는 빌런의 카리스마가 강할수록 주인공의 응징이 더 시원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4편의 빌런들은 전작들에 비해 존재감이 많이 약했습니다.
4편의 메인 빌런은 김무열이 연기한 백창기입니다. 분명 아저씨의 원빈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단도 액션을 선보였고, 초반엔 꽤 괜찮은 카리스마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범행 모습이 너무 작위적이고, 행동 패턴에 개연성이 떨어졌습니다.
여기서 '개연성(Plausibility)'이란 이야기 전개가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백창기가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들이 관객 입장에서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의문을 들게 했다는 것이죠.
가장 큰 문제는 마지막 격투 신이었습니다. 비행기 내부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싸우다 보니, 백창기의 장기인 스피드와 단도 기술이 전혀 살지 못했습니다. 마석도에게 2대1로 싸우면서도 너무 허무하게 지는 모습이 실망스러웠죠. 제가 직접 보면서도 "이게 끝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서브 빌런인 장동철(이동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IT 업계 천재라는 설정이지만, 머리를 쓰는 날카로운 면모는 없고 시종일관 얼빠진 농담이나 하는 캐릭터였습니다. 수천억 원의 이권이 걸린 코인 상장을 추진하면서도, 백창기와 티격태격하다 허무하게 죽는 모습은 개그 캐릭터로 보기에도 애매하고 빌런으로 보기에도 부족했습니다.
더 결정적인 건 카타르시스의 실종입니다. 1편과 2편에서는 빌런들이 무고한 시민들을 괴롭히는 장면이 많았고, 그래서 마지막 응징이 더욱 시원했습니다. 하지만 4편에서는 범죄자들끼리 서로 물고 뜯는 장면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백창기가 민간인을 해치는 장면이 두 번 정도 있긴 했지만, 그 묘사가 미약해서 분노를 유발하기엔 부족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주변 관객들의 소근거림을 꽤 많이 느꼈습니다. 1편이나 2편처럼 몰입해서 보는 게 아니라, 뭔가 산만하고 집중이 안 되는 분위기였죠. 그만큼 관객들도 저처럼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단순해진 스토리와 시리즈의 한계
범죄도시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한 플롯을 따릅니다. 여기서 '플롯(Plot)'이란 이야기의 구성이나 줄거리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나쁜 놈들이 나타나고 → 마석도가 그들을 잡는다"는 구조죠.
하지만 단순한 플롯이라고 해서 스토리가 허술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1편과 2편이 성공한 이유는 단순한 플롯 안에서도 탄탄한 서사 구조와 짜임새 있는 전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물들의 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었고, 각자의 동기와 갈등이 명확했습니다.
반면 4편은 스토리 전개가 너무 뻔하고 예측 가능했습니다. 장동철과 백창기의 배신, 마석도의 추격, 그리고 마지막 응징까지 모든 게 레퍼토리대로 흘러갔습니다. 제가 중간에 화장실을 갔다 와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만큼 스토리가 단순하고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죠.
개그 요소도 타율이 저조했습니다. 장이수가 다시 등장해 몇몇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긴 했지만, 1편이나 2편처럼 관객들이 다 같이 빵 터지는 웃음 포인트는 없었습니다. 키킥거리는 정도의 개그가 몇 개 있었을 뿐이죠.


광수대 화력도 아쉬웠습니다. 1편에서 마석도와 티키타카를 잘했던 전일만 반장이 빠진 게 특히 아쉬웠고, 3편부터 등장한 이범수 팀장은 그저 배경에 서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연기파 배우를 데려다 이 정도밖에 못 썼다는 게 너무 아깝더군요.
마지막 장면에서 마석도가 빌런들을 다 처리하고 나면, 경찰들이 나중에 와서 정리하는 모습도 별로 멋있지 않았습니다. 현실에서는 경찰들이 더 멋있는데, 마치 마석도의 영웅 놀이에 놀아주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났습니다([출처: 네이버 영화]).
저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이번 4편으로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빌런, 똑같은 전개, 똑같은 결말. 변함이 없는 이 레퍼토리가 바로 이 시리즈의 한계점입니다. 마동석과 장이수만 살아남은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편도 만든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솔직히 박수 칠 때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시리즈물은 갈수록 완성도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범죄도시는 되려 갈수록 재미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1편의 신선함, 2편의 탄탄함을 다시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시리즈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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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HsoUlk3zr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