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라고 하면 보통 현실과 동떨어진 미래 기술이나 외계 생명체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마션을 보고 나서 그 편견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예고편만 보고 바로 극장으로 달려갔던 제 선택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가 식물학 지식으로 감자를 재배하며 생존하는 이야기인데, 이게 단순히 SF 장르의 스펙터클을 넘어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겠다"는 현실감을 주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화성에서의 생존이 주는 리얼함
일반적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는 과장된 설정과 화려한 CG로 관객을 압도하려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마션은 정반대 전략을 택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만큼 과학적 근거에 충실하면서도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작품을 본 적이 없습니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 홀로 남겨진 뒤 31일치 식량으로 수백 솔(화성의 하루 단위)을 버티기 위해 거주지 내부를 농장으로 만드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가 식물학자라는 설정 덕분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솔직히 저 같았으면 그 상황에서 하루도 못 버텼을 것 같습니다. 물을 만들기 위해 하이드라진을 분해하고, 자신의 배설물을 비료로 활용하는 과정은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극도로 현실적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NASA와의 통신이 끊긴 상태에서 70년대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를 찾아내 통신을 복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16진법 코드로 한 글자씩 대화하는 모습은 답답하면서도 절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SF 영화에서는 고도의 기술로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션은 오히려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한 발씩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기술력과 연출이 만들어낸 몰입감
SF 영화의 성공 여부는 결국 관객이 그 세계를 얼마나 믿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마션을 보면서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게 됐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과 자연스러운 CG, 그리고 맷 데이먼의 연기가 삼박자를 이루면서 화성이라는 낯선 공간을 극도로 현실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구조 작전 과정에서 헤르메스 우주선이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화성으로 다시 궤도를 수정하는 '리치 퍼넬 기동'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천체역학을 이용해 지구의 중력을 활용하는 장면은 과학적으로도 타당하면서 영화적 긴장감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구조 장면에서는 극적인 음악과 슬로우 모션으로 감정을 극대화하는데, 마션은 오히려 담담하게 상황을 보여주면서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냈습니다.


MAV 발사 장면에서 12G의 중력 가속도를 견디는 마크가 기절하고, 연료 부족으로 속도가 초당 42미터나 차이 나는 상황에서 선외 활동복에 구멍을 내 추진력을 얻는 아이디어는 제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습니다. 사령관이 "아이언맨처럼 날아다닐 수 있잖아"라며 농담조로 말하지만, 실제로는 극도로 위험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디테일한 과학적 설정과 인간적인 유머가 공존하는 게 마션만의 매력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거의 없습니다.

스토리 구성도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몰입감 있었으며, CG는 실제 화성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자연스러웠습니다. 결국 마크가 살아남아 지구로 돌아오는 해피엔딩도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이런 퀄리티의 SF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아인이 주연인 SF 영화가 흥행에 어려움을 겪는 건 단순히 제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 OTT 시장에서 나온 한국 SF 작품들의 퀘리티가 상당히 높아진 걸 보면 앞으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pdQanRovcE